'귀가 여성 쫓아 성범죄 시도' 잇따라…"스토킹 처벌법 만들어야"

입력 2019-10-26 11:00  


한 여성을 쫓아가 여성의 집에 침입하려 한 이른바 ‘신림동 강간미수 영상’ 사건에 대해 법원이 최근 강간미수죄를 인정 안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관이 집에 가는 여성을 따라가 성폭행을 시도한 ‘판박이’ 사건이 지난달 발생하면서 ‘피해자에게 불안과 공포를 일으키는 행위’를 처벌하는 스토킹방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김연학)는 지난 16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주거침입강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모(30)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조씨를 주거침입 및 강간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주거침입 혐의는 인정했으나 강간미수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 5월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이 발생한 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용의자에게 처벌을 촉구하는 국민청원 게시글이 올라와 10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출처=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재판부는 “조씨가 이른 아침에 피해자를 주거지까지 따라 들어가려 한 점, 과거에도 길을 가던 여성을 강제추행한 점 등을 보면 강간할 의도로 행동했다는 의심이 전혀 들지 않는 건 아니다”면서도 “조씨에게 강간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해도 실행에 착수한 것이 인정돼야 강간미수로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보인다는 이유로 법관이 임의로 선택해 처벌한다면 국가형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것으로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덧붙였다.

조씨가 강간미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자 세간에서는 분노의 목소리가 나왔다. 20대 여성 김모씨는 “사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범인이 밖에서부터 여성을 따라가는데 함께 술이나 먹자고 집에 침입하려 했다는 말을 누가 믿겠냐”며 “피해자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어야만 범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여성을 따라가며 공포와 불안감을 주는 행위 자체를 처벌할 수 있는 스토킹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건 이런 맥락에서다. 강간 등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행위를 사전에 예방하자는 얘기다. 법무부는 지난해 5월 ‘스토킹범죄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 법안이 정의하는 스토킹범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피해자를 따라다니거나 집 근처에서 지켜보며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도 스토킹을 유사하게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 통과되도 ‘신림동 강간미수 영상’ 사건이나 현직 경찰관의 성폭행 미수 사건에 스토킹처벌법을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신림동 사건의 남성과 현직 경찰이 한 여성을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따라가 범죄를 저지르려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스토킹처벌법 등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스토킹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한 피해자가 반복적으로 동일한 가해자의 스토킹 행위의 대상이 되지 않으면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스토킹처벌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신림동 사건의 가해자는 피해자뿐 아니라 이전에 다른 여성들을 유사한 수법으로 쫓아다닌 게 확인됐다”며 “‘가해자’가 불특정 다수의 여성에게 상습적인 스토킹을 한게 입증 된다면 스토킹범죄로 간주하는 방법을 입법과정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스토킹처벌법을 제정할 때 전력이 있는 스토킹 행위자에 대해 가중처벌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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